
퍼플기획실의 서비스 기획자 강병국 님은 게임을 둘러싼 경험 전체를 고민합니다. 개발과 디자인 컨설팅 커리어를 통해 기술과 사용자 양쪽을 모두 경험하며, 특정 기능을 강조하기보다 전체 맥락과 균형을 함께 고민하는 기획자입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플랫폼 퍼플을 유저가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한 뒤,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기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하나의 플랫폼 경험으로 바라보고 기획해 왔죠.
이번 인터뷰에서는 유저와 개발사를 이어주는 퍼플 플랫폼의 기획자가 어떠한 업무를 담당하고, 어느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단발적 기획을 넘어, 여러 이해관계와 조건 속에서 플랫폼의 흐름을 어떻게 판단하고 정리하는 역할이라는 점도 분명해지죠.
" 게임 플랫폼 서비스 기획이라는 세계"

Q 게임이 아닌 플랫폼을 기획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퍼플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신가요?
반갑습니다. 저는 퍼플 서비스 전반의 사용자 경험과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보다 쉽게 이해하시기 위해, 퍼플이라는 플랫폼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지부터 먼저 설명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퍼플은 기본적으로 게임 개발자와 유저, 양쪽 모두가 활용하는 플랫폼이에요. 크게 보면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인증이나 결제를 비롯한 시스템 기반이 있고요. 두 번째는 게임 자체와 맞닿은 영역으로 게임을 설치하고 구동시켜 플레이하는 과정 전반을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뿐만 아니라, 게임 종료 이후에도 유저가 퍼플 안에서 머물게 하는 영역이죠. 예를 들면 유저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캐릭터 정보나 플레이 화면을 공유, 다른 유저와 음성 채팅을 하는 기능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저는 마지막 영역을 담당하고 있어요.
Q 퍼플에서의 서비스 기획은 일반적인 서비스 기획과도 결이 다를 것 같아요.
퍼플의 서비스 기획은 항상 양쪽을 동시에 보고 있어야 하는 직무라고 생각해요. 한쪽에는 게임 유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내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나 개발자들이 있어요.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가 중요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빠른 대응을 원하기도 해요. 반면 유저 입장에서는 더 직관적이며 편리하고, 친숙한 기능을 기대하죠. 이러한 요구들이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기에 그 사이를 맞춰주는 균형도 필요하죠.
Q 말씀하신 것처럼 퍼플기획실 내 기획자마다 역할도 굉장히 다양할 것 같은데요. 병국님은 보다 세부적으로 어떤 영역에 가장 집중하고 계신가요?
저는 유저가 잘 플레이한 이후 어떻게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Retention)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순간뿐만 아니라, 플레이하지 않는 시간에도 퍼플 안에서 유저 경험이 이어질 수 있는 지점들이요. 유저 간 커뮤니케이션이나 플레이 화면을 공유하는 기능처럼 게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면서도 게임 밖의 경험을 설계하는 영역입니다. 다양한 방법의 리텐션과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영역에 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의 직무에 이르기까지의 커리어 과정도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서비스 기획자로 시작하신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대학에서 상경계열을 전공했지만 IT 업계에 관심이 생기면서 개발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개발을 배우고 일하면서 느낀 게, 저는 시스템 개발보다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유저 쪽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사용자와 더 가까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이직해 디자인 컨설팅과 유저 리서치,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들을 익혔어요. 이러한 경험이 쌓여 엔씨소프트에서는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무를 맡게 됐습니다.
Q 개발에서 디자인 컨설팅을 거쳐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기까지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을까요?
사실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개발자가 멋있어 보여서 개발을 시작했죠.(웃음) 그런데 일을 하면서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디자인 컨설팅 분야에서 근무했을 때는 또 다른 극단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결과적으로 기술과 사용자, 양쪽 끝단을 모두 경험한 셈인데, 저는 그 어느 쪽에도 엣지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특정 영역의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여러 관점을 정리해서 설명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제게는 더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플레이 전후의 모든 서비스 흐름을 만드는 일"

Q 병국 님께서 담당하시는 업무는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까지 설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게임을 잘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종료한 이후에도 일상속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이 떠오르고 다시 접속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도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 ‘관계’ 때문에 게임을 다시 찾게 될 수도 있고, 재미있는 장면이 공유되면 “나도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또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플랫폼 차원에서 유저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인지시키고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을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퍼플은 특정 게임만을 위한 것이 아닌 여러 게임을 아우르는 플랫폼인데요.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게임을 아우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듯 싶습니다.
서로 다른 특성과 장르의 게임이 존재하다 보니 요구사항도 상이하고, 유저 경험 역시 게임별로 분리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서로 다른 게임들이 같은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이러한 다양성을 수용하려면 플랫폼 차원에서의 ‘표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각 게임이 필요로 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모든 것을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공통으로 묶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갈 때, 플랫폼 안에서의 경험도 점차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 게임의 개별 요구사항을 그대로 구현하기만 한다면 퍼플은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에 가까워질 수 있거든요.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니즈들을 적당히 그룹핑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2019년 론칭 이후, 2024년을 기점으로 퍼플의 플랫폼 성격이 더 뚜렷해졌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방향이 달라졌어요. 2019년 퍼플은 엔씨의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에뮬레이터 없이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크로스 플레이’ 기능이 핵심 가치였어요. 게임을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지금 퍼플은 모바일 MMOPRG뿐 아니라 PC 게임, 캐주얼 게임, 외부 개발사의 게임까지 포함하게 됐고, 서비스 국가도 200개가 넘어요. 글로벌 게임 플랫폼으로 기능이 확장되었죠. 그러다 보니 인증, 회원 정책, 결제 같은 플랫폼의 기반 영역이 굉장히 중요해졌고, 이 부분에 대한 통합과 개선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Q 퍼플을 기획하면서 참고하거나 영감을 받는 서비스나 플랫폼도 있을까요?
게임 서비스 자체도 참고하지만, 오히려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플랫폼을 더 많이 보는 편이에요. 퍼플은 게임은 물론, 게임을 둘러싼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증이나 결제, 시스템 메시지처럼 플랫폼이 눈에 띄는 순간은 보통 유저 경험이 끊기는 지점이 되기 쉽고요. 그래서 게임 안팎의 많은 플랫폼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뒤에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곤 합니다.
스팀이나 디스코드 같은 플랫폼을 예를 들 수 있는데요. 게임을 설치하는 것부터 유저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까지 전체 흐름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는 편이에요. 퍼플을 기획할 때도 눈에 띄는 개별 기능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퍼플 서비스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Q 퍼플 서비스 기획자에게 특히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퍼플을 넘어 서비스 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하나만 꼽자면, 의사결정 번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는 태도가 아니라, 결정을 가볍게 하지 않겠다는 것에 가깝죠. 기획자는 버튼 하나의 위치부터 구조적인 선택까지 계속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다 개발하고 나서 “이거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저도 초라해지고 같이 일한 동료들도 많이 지치게 되거든요. 그래서 기획자의 큰 미덕 중 하나는, 결정을 할 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확신은 데이터일 수도 있고, 경험을 통해 쌓인 직관일 수도 있지만,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그건 설득의 문제이고, 나 스스로와 동료들을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상태라고 봐요.
퍼플 서비스 기획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생각하면, 기본적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IT 서비스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요. 특히 경력 기획자라면, 장르와 국가, 정책이 모두 다른 환경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정리할 수 있는 통합적인 시야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퍼플 기획실에서 일하면 어떤 점을 특히 많이 배우게 된다고 보시나요?
퍼플은 다루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PC 클라이언트, 모바일 앱, 웹,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인증, 보안, 결제 같은 플랫폼 레이어까지 다 연결돼 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화면 기획만 하다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기술적인 배경이나 사업적인 맥락을 자연스럽게 같이 이해하게 됩니다. 다양한 입력값을 받아서 하나의 구조로 정리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 점이 퍼플 기획실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병국님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의 모습도 궁금해요.
각자가 맡은 영역에 대한 책임감을 전제로 하되,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는 사람이요. 무조건 동의해 주는 사람보다는, “이건 이런 이유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거나 “이 관점은 빠진 것 같다”고 말해줄 수 있는 동료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지적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생산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해요. 실제 퍼플기획팀 전반의 분위기도 그러하고요.
Q 퍼플 서비스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을 덧붙인다면요?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 본 경험보다 중요한 건, ‘유저라면 어떨까’를 끝까지 상상해보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유저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할지, 왜 여기서 이 기능이 필요한지, 이 흐름이 왜 끊기는지를 계속 질문하는 능력 말이에요. 퍼플은 게임 그 자체를 만드는 조직은 아니지만, 게임을 둘러싼 경험 전체를 다루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유저를 끝까지 따라가 보려는 분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퍼플의 서비스 기획은 게임을 잘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고 싶어지게 만드는 흐름까지 고민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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