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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들/직무인터뷰

[N차 생활] '왜?'에 합의되지 않은 기획은 의미가 없어요- 리니지W 시스템 디자인팀

 

리니지W 시스템 디자인팀은 게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규칙을 설계하는 사람들입니다. 거래소의 세율, 전투의 밸런스, 성장의 구조처럼 유저가 만나는 모든 경험은 이들의 고민과 합의 끝에 만들어지죠.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과 끝없이 협업하는 이 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늘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함께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합의되지 않은 기획은 의미가 없다는 원칙 아래, 이들은 논리와 토론으로 시스템을 다듬어 갑니다.

 

새로운 룰을 짜는 동시에 동료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며 스스로를 레벨업하는 팀이기도 하죠. 게임 룰북을 디자인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논리적인 사고’, ‘일을 대하는 태도’, ‘함께 성장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어요.

 

"보이지 않는 게임 속 룰을 설계하는 사람들"

 

Q. 시스템 디자인팀은 리니지W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보더콜리 시스템 디자인팀은 기획 관련 업무를 대부분 담당합니다. 전투, 밸런스, 데이터, 내러티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팀의 요청을 받아 시스템화하거나, 자체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유저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요.

 

텐션 팀장 게임 속 거래소로 예를 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워요. 유저가 아이템을 올리고 사고파는 과정, 가격 변동과 세율, 거래 가능 시간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저희가 규칙을 세웁니다. 그걸 프로그래머와 협업해서 실제 기능으로 구현하죠. 그러니 시스템 디자인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게임의 기본 뼈대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만약 게임 속 아이템이나 세계관으로 비유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존재에 가까울까요?

레스토랑스 게이머 게임의 ‘제작대’에 비유하고 싶어요. 각각의 재료를 모아 새로운 무기나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장치잖아요. 시스템 디자인팀도 비슷합니다. 여러 콘텐츠의 기획 요소, 데이터, 유저 피드백 같은 재료들을 가져와서 조합하고, 결국 유저가 쓸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빚어내니까요.

 

기쁨이 저는 ‘HP 포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혹은 유저가 위기에 몰릴수록 반드시 필요해지는 게 포션이잖아요. 시스템 디자인팀도 마찬가지예요. 쉬운 작업을 할 때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난이도가 높거나 규모가 방대한 작업일수록 구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죠.

 

텐션 팀장 좀 크게 바라본다면 ‘세계관’에 비유할 수도 있을 듯해요. 단순히 게임의 배경, 스토리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규칙이 통용되는지를 결정해 주는 틀이죠.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게 아니라, 게임이라는 세계를 규칙으로 떠받치는 세계관의 일부라고 볼 수 있을 듯해요.

 

 

Q. 시스템 디자인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영감이 되는 건 뭘까요? 게임 말고도, 일상이나 대화 속에서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나요?

텐션 팀장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때가 많아요. 또 팀원들과 잡담하다가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시스템으로 발전한 적도 있고요.

 

레스토랑스 게이머 유저들이 어떤 상황에서 즐거워하고 좌절하는지를 관찰하며 영감을 얻곤 해요. 단순히 게임의 로직이나 데이터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끼는 맥락과 감정을 봅니다. 예를 들어 “골드가 부족하다” 유저의 피드백을 받았을 때, 실제 지급되는 골드의 양이 부족한지 혹은 아이템이 터무니없이 비싼지에 따라 솔루션이 달라지잖아요. 유저의 직접적인 단어, 표현보다 상황이나 감정에서 힌트를 얻는 편입니다. 

 

보더콜리 영화, 책, 다른 게임, 그리고 유저 피드백 모두가 영감을 줘요. 특히 유저들의 불편함과 기대감 등의 댓글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하죠.

 

 

Q. 대화를 나눌수록 시스템 디자인팀은 사고 로직 전반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듯해요. 

텐션 팀장  맞아요. 저희끼리 “이건 시스템에 안 맞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거든요. 논리에 벗어나지 않는지 거듭 확인하는 편이에요. 어쩌면 직업병일 수도 있겠죠.

 

"끝없는 성장의 원동력 팀원"

 

성장시킨 펫이 참여할 수 있는 신규 콘텐츠 '어질리티 대회' ⓒ엔씨소프트

 

Q. 최근 팀에서 가장 뜨겁게 집중했던 프로젝트는 뭐였나요? 지난 여름 엄청 바쁘셨다고 들었어요. 

텐션 팀장 많은 업무를 하며 보냈지만 가장 크게는 ‘펫 어질리티 대회’ 개발이 있었습니다. 올해 업데이트를 통해 펫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는데, 유저들이 펫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어질리티 대회를 기획했죠. 단순히 새로운 콘텐츠 하나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게임 전체의 구조와 맞물려야 해서 정말 많은 논의와 작업이 필요했어요. 기획 단계부터 구현까지 팀 전원이 몰입한 채 바쁘게 보냈습니다.

 

 

Q. 리니지W 시스템 디자인 팀만의 문화가 있다면요?

텐션 팀장 저희 팀은 위계적인 분위기를 지양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편이에요. 연차와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그게 좋으면 바로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거 괜찮은데?” 하고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보더콜리 서로 질문을 많이 하고, 모르는 걸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라고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워요. 부정적일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도 거리낌이 없죠. 질문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된다고 봐요. 이 과정에서 합의되지 않은 기획은 실행되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스 게이머 온보딩 역시 체계적이에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기존 기획 문서와 시스템을 같이 보면서 설명해주고, 체계화된 실무 미션을 요청해 빠르게 합류, 적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 구조죠.

 

 

Q. 어떤 직무든 기간이 길어지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죠. 그럼에도 ‘아, 나 아직 배우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텐션 팀장 팀원들과 협업할 때 그런 순간이 많습니다. 최근 기쁨이님이 팀원으로 합류하면서 더 깊게 느꼈죠. 기쁨이님은 되게 긍정적인 동료인 동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팀원이에요. 제가 개발하던 때에 저런 태도를 가지고 임했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죠. 또 보더콜리님은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동료라 ‘저렇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이전에 일어났던 여러 문제가 안생겼을 텐데’ 싶죠. 레스토랑스 게이머님은 어떤 업무 압박에도 차분히 일을 하는 모습을 지녔고요. 늘 “아직도 배울 게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들 차분히 제몫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라 제게 늘 잔잔한 자극을 줘요.

 

레스토랑스 게이머 저 역시 시스템 기획은 정답이 없는 분야라 늘 동료들에게 배웁니다.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기획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 모두를 보며 배울게 많아요. 그들에게 1%씩만 배워도 굉장히 많은 걸 배울 수 있더라고요.

 

 

"즐기는 자를 결국 이길 수 없다"

리니지W 인게임 화면 ⓒ엔씨소프트

 

Q. 게임을 즐기는 것과 만드는 건 다른 일일 듯합니다. 시스템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 이 간극을 줄이려면 어떤 훈련이나 태도가 필요할까요?

기쁨이 신입일수록 플레이어의 시각, 마인드로 일하기 마련인데요. 저는 이걸 유지하는 게 역으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업무가 거듭될수록 개발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럴수록 “내가 유저라면 어떨까”를 스스로에게 묻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느껴요.

 

레스토랑스 게이머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다른 방식은 없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습관 또한 필요해요. 실제로 시스템 기획은 정답이 없는 분야라,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 자체가 훈련이 돼요.

 

보더콜리 간단히 말한다면 게임도, 개발도 둘 다 열심히해야 하는 거죠.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레벨이 안되어서 테스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안될 테니까요. 플레이어로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고, 개발자로서 기술과 논리를 쌓는 것도 필요합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간극을 메우기 어려워요.

 

 

Q. 그러면 지금도 본인이 만든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시나요? 일로서가 아니라 진짜 재미로 즐기면서요?

전원 네. 열심히 플레이해요. 단순히 QA 차원이 아니라, 진짜 유저로서 즐기면서 합니다. 그래야만 유저의 관점에서 작은 불편이나 재미 포인트를 직접 느낄 수 있을 테죠.

 

 

Q. 설계 과정에서 각자 가장 중요하게 붙잡고 있는 철학이나 원칙은 뭔가요?

전원 누가 대답해도 똑같을 것 같아요.(웃음)

 

기쁨이 ‘왜 하는가’에 대한 합의와 의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의되지 않은 기획은 아무리 멋져도 의미가 없다고 봐요.

 

 

Q. 내가 만든 시스템이 유저에게 어떤 감정이나 경험으로 남기를 바라나요?

보더콜리 뭐니 뭐니해도 ‘재밌다’는 말을 듣는 게 최고라 생각해요. 유저들이 리니지W를 그 자체로 즐겨주길 바라죠.

 

 

Q. 이 직무를 꿈꾸는 미래의 팀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텐션 팀장 시스템 디자인은 늘 예외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일입니다. 수많은 변수를 미리 생각하고, 대응 플랜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또 무엇보다 빠르게 제몫을 해내는 우리 팀원들과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길 바라요.(웃음)

 

 

"시스템 디자인팀이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팀원에게"

 

Q. 마지막으로, 시스템 디자인이라는 일이 잘 맞는 사람을 딱 한 단어로 꼽는다면? ‘빈칸 채우기’처럼 답해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더콜리 – "집요한 사람" 집요한 만큼 결과가 잘 나와요. 

 

텐션 팀장 – "침착한 사람"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아야 해요. 위기는 기획서를 쓸 때도, 개발할 때도, 라이브한 이후에도 매순간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기쁨이 – "명료한 사람" 긴 개발의 과정에서 의도를 잃지 계속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스 게이머 – "성실한 사람" 가끔은 100페이지 이상의 문서를 만들 때도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한 마디, 이미지 하나, 하나를 성실히 찾아 넣을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