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로 익숙하게 읽히던 게임 대사를 다른 언어로 옮기려면 어떤 점을 살펴야 할까요?
캐릭터의 말투와 농담이 다른 언어에서도 자연스럽게 전달되는지, 번역한 문장이 화면에 잘 들어가는지 함께 살펴야 하는데요.
이 밖에도 현지 문화에 어울리는 표현과 게임의 맥락까지 폭넓게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 유저가 게임의 이야기와 정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언어와 문화, 화면 구성, 게임의 맥락을
조정하는 작업을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즉 현지화라고 합니다.
이번 알쓸N잡에서는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의 관계를 알아보고, 게임 현지화의 주요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의 관계
번역은 원문의 의미를 다른 언어로 전달하는 작업입니다.
게임에서는 대사와 퀘스트 설명, 아이템 정보 등이 번역의 대상이 되죠.
로컬라이제이션은 게임을 특정 언어권과 지역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인데요.
번역뿐 아니라 현지의 문화, 화면에 정보를 표시하는 방식까지 함께 고려합니다.
이처럼 두 개념의 차이는 번역 방식보다 작업의 범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직역과 의역의 차이로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지 유저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언어와 표현
게임의 대사를 옮길 때는 어떤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서 이야기하는지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캐릭터의 설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알아야 원래 장면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캐릭터 소개와 시나리오, 스타일 가이드, 실제 게임 화면 등을 참고하면 이러한 맥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특유의 어조와 유머를 살려 표현을 다듬죠.
그렇다면 실제 게임 현지화 과정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반영할까요?
원어민 링귀스트(언어준문가)로 AION2 글로벌 론칭 과정의 현지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스첼칙앤 님에게 실제 현지화 사례를 들어봤습니다.
“세계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창작 의도를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 전달하는 것이 현지화의 목표입니다.”
게임의 맥락을 살리려면 단어의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실제 게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액션 게임에서 캐릭터가 움직이거나 행동할 수 없게 되는 ‘기절’ 효과는 영어권 게임에서 주로 ‘Stun’으로 표현하는데요.
일상적인 기절을 뜻하는 ‘Faint’로 옮기면, 캐릭터가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처럼 느껴져 게임 안에서는 어색할 수 있죠.
캐릭터의 이름을 옮길 때는 어감도 중요합니다.
같은 이름이라도 언어에 따라 주는 인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어에서 귀엽거나 익살스럽게 들리는 AION2의 슈고 이름도 영어 그대로 옮기면 같은 어감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음절을 덜어내 짧고 귀여운 느낌이 나도록 조정했습니다.”
| 한국어 이름 | 영어 표기 |
| 다키룽 | Daki |
| 코치룽 | Kochi |
이름은 인상뿐 아니라 다른 언어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도 살펴야 하는데요.
AION2에서는 한 NPC 종족의 이름이 독일어에서 부적절하게 들려 변경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미지나 디자인 역시 현지에서 부정적으로 해석되거나 현실의 민감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거죠.
현지화 대상에는 음성도 포함이 됩니다. 번역한 대사를 바탕으로 성우의 연기와 녹음을 준비하고, 장면에 맞는 음성 길이를 살피죠.
필요한 경우 음성과 캐릭터의 입 모양을 맞추는 작업도 포함될 수 있어요.
화면의 공간과 언어별 표기를 고려한 번역
번역한 문장이 게임 화면에서 읽기 좋게 표시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언어가 바뀌면 문장의 길이뿐 아니라 글자가 차지하는 폭도 달라질 수 있는데요.
같은 글자 수라도 필요한 공간이 다르고, 긴 단어는 줄바꿈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버튼이나 메뉴처럼 공간이 제한된 곳에서는 번역문의 길이와 화면 구성을 함께 살핍니다.
화면 공간에 맞추는 과정에서도 원문의 의미를 유지해야 합니다.
표현을 줄이기 어렵다면 줄바꿈이나 글꼴 크기, 화면 구성을 조정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하죠.
이처럼 UI의 글자 수 제약이 있을 때는 대체 용어를 찾거나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별로 스타일 가이드를 만들어 글자 수와 대문자 사용 기준도 정하는데요.
짧은 이름 하나를 옮길 때도 언어의 특성과 화면 안에서의 제약을 함께 고려하는 거죠.
번역문 검수부터 게임 내 언어 품질 검수까지
번역문은 텍스트만 검토했을 때와 실제 게임에 적용했을 때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자가 잘리거나 줄바꿈이 어색해지고, 장면의 맥락에 맞지 않는 표현이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번역문 검수에서는 문법과 맞춤법, 의미의 정확성을 확인합니다.
게임에 반영한 뒤에는 실제 화면에서의 표시와 장면의 맥락을 살피는 언어 품질 검수(LQA)를 진행하죠.
NC에서는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LQA를 포함한 로컬라이제이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NC의 로컬라이제이션과 검수 과정
① 자료 배분
번역할 자료를 해당 내용에 익숙한 링귀스트에게 배분합니다.
② 번역
CAT 도구(번역 지원 도구)에서 용어집을 참고하며, 이전 번역과 용어·표현의 일관성을 맞춥니다.
③ 번역문 검수
다른 링귀스트가 번역문의 오류를 검토합니다.
④ 게임에 반영
검토한 번역문을 게임의 최신 내부 빌드(개발 중인 게임 버전)에 반영합니다.
⑤ 언어 품질 검수(LQA)
빌드가 준비되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번역문이 올바르게 표시되고 장면의 맥락에 맞는지 확인합니다.
⑥ 수정·재반영
문제가 있으면 번역 데이터를 수정해 다음 빌드에 다시 반영합니다.
이처럼 번역문 검수와 게임 내 검수를 거치며 다음 항목을 살펴봅니다.

용어를 선택할 때는 유저의 반응도 참고합니다.
AION2 개발 과정에서 링귀스트들은 ‘정령성’ 클래스의 모습이
기존 AION과 달라졌다고 판단해 영어 명칭을 ‘Elementalist’로 옮겼는데요.
새 명칭이 적용된 뒤에도 유저들은 전작에서 익숙했던 ‘Spiritmaster’를 계속 사용했습니다.
클래스 이름을 다시 변경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충분한 검토 끝에 유저 반응을 반영해서 ‘Spiritmaster’가 다시 적용되었죠.
이처럼 현지화에서는 실제 게임 화면에서의 점검과 유저의 반응을 바탕으로, 표현을 다듬고 보완합니다.
게임 현지화에서 번역은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번역한 표현을 게임의 분위기와 현지 문화에 맞게 다듬고 실제 화면에서 확인하며,
유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완성도를 높여가는데요.
하나의 게임이 서로 다른 언어권의 유저에게 전해지기까지, 그 뒤에는 수많은 현지화 과정이 쌓여 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엔씨의 JOB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도 계속됩니다.
*이번 콘텐츠는 AION2 링귀스트 스첼칙앤 님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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