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캐릭터 애니메이션 팀 신진호 애니메이터는 게임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통해 플레이 경험을 다룹니다. 최근 공개된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에서 인간형 플레이어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며, 애니메이션에 따라 유저의 조작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꾸준히 고민해 왔습니다. 자연스러울 때는 크게 인식되지 않지만, 어색해지는 순간 플레이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며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시각 요소가 아니라, 실제 플레이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이라는 점을 현장에서 체득해 왔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신진호 님이 애니메이터로서 어떤 기준을 세워왔는지 그리고 게임 속 움직임을 어떻게 유저 경험의 일부로 바라보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애니메이터의 세계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살아있는 움직임을 만드는 10년차 애니메이터"

Q. 반가워요 진호님.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저는 얼마 전 공개된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프로젝트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팀 소속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게임 속 필요한 애니메이션 리소스를 제작하는 것이 기본 업무인데요. 그 중에서도 저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특히 인간형 플레이어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마침 올해 5월이면 제가 경력 10년을 꽉 채우거든요. 이 시점에 진행하는 인터뷰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습니다.
Q. 엔씨에 합류하기 전 여러 게임사에서 경험을 쌓아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캐릭터 애니메이터라는 전문 분야에서 어떤 커리어를 쌓아 오셨는지 그 여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접하고 즐기며 자란 세대라서요. 늘 막연하게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어떤 직무가 있는지,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는 잘 몰랐어요. 동시에 애니메이션도 많이 좋아했는데요. 자연스럽게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핵심 장면에서 취하는 포즈나 움직임의 잔상이 오래 남았고요.
하지만 그림은 잘 못 그리는 편이었는데요(웃음). 3D 움직임을 통해 캐릭터를 표현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게임에서도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애니메이션 쪽으로 관심을 좁히게 되었죠. 첫 회사와 두 번째 회사에서는 턴제 게임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주로 작업했습니다. 그 이후에 액션 게임 개발에 참여하게 됐고요.
Q. 게임 장르에 따라 애니메이션 작업 방식도 많이 달라지나요?
게임의 장르뿐만 아니라 아트 스타일, 카메라 시점, 기획 의도에 따라 달라지죠. 예를 들어 턴제 게임은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보여줄 수 있는 구조인 반면, 액션 게임은 조작에 따라 애니메이션이 중간에 끊기거나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액션 게임에서는 흔히 ‘캔슬’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애니메이션이 끝나기 전에 다음 동작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블렌딩 과정에서 각각의 애니메이션이 어색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하죠. 애니메이션 전환뿐만 아니라, 상체와 하체 애니메이션을 분리해 출력, 블렌딩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터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 등장할 수도 있어서, 실제로 게임에 넣어 플레이하면서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공유를 통해 쌓는 디테일"
Q.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캐릭터 애니메이션 팀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비교적 조용한 편이에요.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는 편이고요. 피드백 과정에서는 말로 의견을 나누거나 몸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엔진에 올려 플레이하면서 화면을 직접 확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업할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게임 플레이 상황에서는 보이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서 느껴지는 어색함이나 조작감을 기준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또 애니메이터들은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 저렇게 힘이 실려야 한다는 걸 직접 몸으로 표현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전달력이 좋기 때문이죠. 연차가 낮을 때는 몸으로 설명하는 게 조금 쑥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저 또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설명하게 돼요. 직접 몸을 움직여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가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작업에 도움이 됩니다.
Q.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다른 직군, 팀과의 협업도 많을 듯해요. 진호님만의 협업 노하우가 있을까요?
지난 10년간 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의 여부였어요.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완성한 후에 방향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 다시 작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낭비가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작업 초반에 방향을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데요. 러프 단계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먼저 협업하는 동료와 공유하고, 방향이 맞다는 판단이 서면 그 이후에 디테일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편이에요. 이러한 방식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동료들과 합을 맞추며 작업을 개선해 나가고 있어요.
Q. 이런 협업 경험들이 쌓이면서, 커리어 전반에서 달라진 시선이나 깨달음도 있었을까요?
연차가 낮았을 때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게임이라는 전체 맥락을 볼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연차가 쌓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게임은 직접 플레이하는 콘텐츠이자 유저의 여가 활동이기 때문에 단순히 잘 움직이고 예쁘게 보이는 것을 넘어서, 실제 플레이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특히 조작감은 유저가 플레이 하며 직접적으로 느끼는 영역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신경 쓰게 돼요. 조작감이라는 손끝의 감각을 통해서 유저와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도 이따금 하고요.
Q. 요즘 게임에서 애니메이션, 그리고 애니메이터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앞서 제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요청해 주신 것처럼, 누군가 저에 대해 물을 때 어떤 한마디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늘 애니메이터라는 직업 이외에 답변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해외에선 애니메이션 직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채용 공고에는 어떤 설명이 덧붙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전까지 아트 카테고리에 있던 공고가, 어느 순간 애니메이션이라는 카테고리가 새로 생겼더라고요. 그 이유를 고민해 보니 이제는 그래픽 전반의 수준이 올라오면서 게임 플레이에 세분화된 영역이 생겼고, 애니메이션도 하나의 영역으로써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유저들은 이제 ‘내 눈, 손과 캐릭터의 반응이 일치하는가?’를 신경쓰고 있는거죠. 조작감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웃음)
또 하나의 변화는 2017~2018년쯤부터 유저들이 원화, 모델링, 이팩트를 넘어 애니메이션 모션을 리뷰하기 시작했는데요. 유저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고, 그만큼 애니메이션의 높은 완성도가 기본값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움직임"

Q.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직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모델링이나 원화는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애니메이션은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결과가 보여요.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는 점이 매력으로 느껴지죠. 강렬한 동작이나 움직임이 잘 나왔을 때 눈에 바로 들어오는 감각도 좋았고요. 움직임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큽니다.
Q. 그렇다면 애니메이터에게 필수적인 직무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기본적으로는 포즈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는 애니메이션의 기본이자 전달력과 직결되죠.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동선 설계를 꼽고 싶어요. 캐릭터와 무기의 동선이 계속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면 시각적으로 금방 지루해집니다. 왼쪽에서 쳤다면 다음에는 오른쪽으로, 아래에서 갔다면 위로 이어지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죠. 또한 힘의 강약을 조절해 애니메이션의 강렬함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동선이 잘 설계돼 있으면 같은 공격이라도 훨씬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Q. 진호님께서 개인적으로 직무 역량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저는 애니메이션도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다른 작업물들을 보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조작감을 비교해 봅니다. 나라, 문화권마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다르고 어느 층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인지에 따라 스타일도 상이하죠.
개인적으로는 라프텔을 구독해 매 분기마다 새로 업로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보고 있어요. 영화도 참고합니다. 영화는 카메라 연출과 등장인물의 동선 등을 이용해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도록 잘 설계되어 있거든요. 최근에는 영화 <아바타>를 봤는데 스토리보다 움직임, 연출을 중점적으로 보았어요.
Q. 이번 프로젝트를 포함해 애니메이터로서 기대하고 있는 방향이 있다면요?
당연히 이번 프로젝트가 잘 출시되어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원작의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워낙 좋았던 터라 그 퀄리티를 따라가려고 최선을 다했는데요. 그러한 마음이 유저들에게도 통하길 바라요. 또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만 봐도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작업물을 만들고 싶어요.
Q. 끝으로 애니메이션 직무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움직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동물, 곤충, 바람에 흔들리는 것까지 모두 포함해서요. 그리고 게임은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접 플레이하며 조작감과 애니메이션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초년생 시절 저는 예쁘고 멋지게 보여지는 것에 치중하느라 게임 플레이와는 안 맞는 부분을 쫓았던 순간도 있었거든요. 이러한 간극으로 인해 답답했던 순간도 있었고요. 저와 같은 실수를 줄여 더 멋진 애니메이터가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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